국내 5인승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의 쌍두마차인 기아 스포티지와 현대 투싼의 판매가격이 갑자기 10% 이상 올라 적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영업소들은 스포티지의 경우 기존 차값보다 최고 226만원, 투싼은 224만원 높게 책정해 지난 20일께부터 주문을 받고 있다.
내년부터 정부가 중량 2.5톤 이하 디젤차량에 적용하는 배기가스 기준을 ‘유로Ⅳ’로 강화함에 따라, 기존 커먼레일 디젤엔진(CRDi)을 배기가스가 덜 나오는 엔진(VGT)으로 바꾸고 별도 매연저감장치(DPF)도 달았다는 게 가격인상의 이유이다. 모델별 가격인상폭을 보면, 스포티지 엘엑스(LX) 2륜구동 최고급형의 자동변속 차량이 기존 1648만원에서 1892만원으로 12%(208만원), 티엘엑스(TLX) 최고급형은 1900만원에서 2096만원으로 10%(196만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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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인 리미티드의 2륜구동은 고급형·최고급형·프리미엄형 모두 216만~224만원 올라 2350만원~2553만원으로 판매가격이 책정됐다. 현대차의 투싼은 제이엑스(JX) 기본형(2륜 자동변속기 기준)이 1656만원에서 1880만원으로 14%(224만원)나 인상됐으며, 엠엑스(MX) 최고급형은 1994만원에 2218만원으로 11%(224만원) 올랐다.
그러나 인터넷의 자동차동호인 등 소비자모임에서는, ‘공식 예고나 발표 없이 한꺼번에 가격을 너무 올렸다’면서 소형스포츠유틸리티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회사의 횡포 탓이라는 지적이 퍼지고 있다. 스포티지와 투싼은 똑같은 엔진을 달고 있는 차종인데 엔진교체에 따른 가격인상폭은 등급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이런 가격인상폭의 차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원가상승분을 정확하게 반영한 게 아님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5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인 쌍용차 액티언의 가격이 변하지 않는 것도 스포티지와 투싼 소비자들에게 불만을 가지게 하는 요인이다. 쌍용차는 액티언의 엔진튜닝작업 정도로만 내년에 강화되는 배기가스 기준을 맞출 수 있어 판매가격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액티언은 출시 때부터 스포티지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해 나왔는 데다 총중량이 2.5톤을 넘어 적용되는 배기가스 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스포티지와 투싼은 올들어 11월까지 내수시장에서 각각 5만2914대, 3만7957대씩 모두 9만871대가 팔려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번에 두 차의 판매가격이 올라 내년부터는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도 2천만원대가 주류를 이루게 됐다. 투싼과 스포티지의 최고가격은 최근 출시된 신형 싼타페의 기본가격인 2370만원(자동변속기 기준)보다 무려 180만원이 높은 가격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