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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카센터 사라지고 있다

길영(태민) 2006. 1. 8. 22:35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동네 카센터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대기업의 정비협력점과 정유사의 정비체인점이 속속 늘면서 3급 경정비업소인 카센터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자동차 품질이 향상돼 고장이 잘 나지 않는 점도 카센터 감소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그나마 도심에 있던 일부 카센터의 경우 늘어나는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옮기는 일도 허다하다.

정비업계는 최근 3년 사이 개인이 운영하던 정비업소 중 약 8000개 정도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에는 아예 사업을 접은 곳도 있고, 간판을 자동차회사 또는 정유회사 지정 정비점으로 바꿔 달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동네 카센터가 줄어드는 직접적인 이유는 소규모 경정비업소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 가장 크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일부 비양심적인 정비업주의 정비 행위가 고객을 줄인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

대신 자동차회사의 직영협력점이나 정유회사의 정비체인점 등에 가면 적어도 업주가 양심은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이 커지면서 동네 카센터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일부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는 하나 불량정비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 같은 인식이 더욱 확산된 셈이다.

이런 이유로 정비업계에선 아예 자동차회사의 정비협력점 간판을 따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제조사의 서비스 간판을 내걸면 최소한 보증수리를 통한 이익은 보장되기 때문.

그러나 제조사가 정비협력점 간판을 내줄 때는 사업자의 자본규모와 사업장의 면적, 위치 등이 까다롭게 고려될 수밖에 없어 소규모 정비업주로선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조건을 갖춰도 경쟁이 치열해 이른바 ‘줄’이 없으면 간판을 따기가 여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소규모 개인정비점과 지정협력정비점, 또는 정비체인점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우선 지정협력정비점과 정유사의 정비체인점은 신뢰도 면에서 카센터에 비해 유리하나 제품 선택의 폭이 좁아드는 것과 가격이 비싼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반면 소규모 경정비업소는 차주가 원할 경우 중고재생품과 신부품 및 같은 엔진오일이라도 선택적으로 주문할 수 있다. 물론 정비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예를 들어 2000cc급 중형차의 엔진오일 교환비용을 보면 동네 카센터와 대기업 직영정비점의 요금 차이가 적어도 5000원가량은 된다.

게다가 동네 카센터의 경우 개인이 운영하는 만큼 자주 다니다 보면 친분이 두터워져 때로는 흥정이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믿을 수만 있다면 오히려 대형 정비점과 맞붙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가격경쟁력은 이미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정비업계에선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증수리는 무상이라 그렇다 해도 보증수리 기간이 끝난 차는 고객들이 편하게 동네 카센터를 찾도록 하자는 움직임이 그것.

이와 관련, 자동차부분정비사업조합연합회 이성순 회장은 “과거와 달리 개인정비 업주들이 힘을 모아 동네 카센터의 신뢰도를 높임과 동시에 부품 또한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동네 카센터의 감소는 급할 때 화장실이 없어지는 격”이라며 “자동차 소유주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최근 동네 카센터의 수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장사는 잘 되지 않는데, 신규 업소가 잇따라 개설돼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던 김모(39) 사장은 1년여의 준비 끝에 베트남에 정비소를 차리기로 했다. 그는 베트남 내 한국산 자동차가 크게 늘어난데다 현지에서 정비기술 습득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정비점과 정비학원을 동시에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씨가 해외로 눈을 돌린 데는 국내에서의 매출부진이 가장 컸다. 15년간 그럭저럭 버텨왔으나 최근 2~3년 사이 생활이 빠듯할 정도로 손님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정비업소를 운영하다 급여생활자로 취직한 경우도 적지 않다. 영등포구 문래동에 사는 백모(35) 씨는 2년 전까지 도림동에서 조그만 카센터를 운영하다 임대료마저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자 정비소를 정리하고, 정비체인점 기사로 취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지금은 폐차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백 씨는 “요즘 카센터 해봐야 먹고 살기 힘들다”며 “그나마 소규모에 비해 대규모 정비공장은 낫지만 이것도 도색이나 판금을 제외하면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 씨는 이어 “동네 카센터의 경우 그간 신뢰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들이 사라지면 소비자도 불편할 수 있다”며 “이제야말로 카센터 업주와 소비자 간 상호 신뢰하는 윈-윈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