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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가 강한 이유 "근본을 튼튼히 했다"

길영(태민) 2006. 1. 8. 22:45
◆글로벌 CEO 인터뷰 / 후쿠이 다케오 日 혼다 사장◆

'작고 단단함'. 혼다의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사장에 대한 첫인상이다. 자신감과 박력이 넘쳐 어디를 봐도 61세로 보이지 않는다.

도쿄 도심인 아오야마에 위치한 혼다 본사. 사장실을 비롯한 임원실은 10층에 있다. 직원들이 언제라도 사장실에 드나들며 협의하기에 편리하도록 중간층을 택했다고한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에서는 사장에 대한 호칭은 '○○사장님'으로 깍듯하게 직함을 넣어 부르지만 혼다에서는 공식석상이 아니면 '후쿠이 상(씨)'이라고 부른다. 형식이나 질서보다는 실질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Q> 사장 취임후 '원류강화(源流强化)'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현장을 중시하자'는 의미인가.

▶좀 더 넓은 뜻이 있다. 요즘 대부분의 회사와 언론이 겉으로 드러난 수치에만 주목한다. 회사를 평가할 때도 매출액, 당기순익, 자동차 생산ㆍ판매대수, 시장점유율 등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 그러나 표면에 드러난 것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보다 근본적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

Q>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 자동차 판매를 늘리려고 한다면 우선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한 제품을 개발해서 내놓는 것이 먼저다. 원류강화는 한마디로 '근본을 튼튼히 하자'는 것이다. 인재육성, 기술개발, 투자 등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근본이 굳건해야 5년 후, 10년 후에 근사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Q> 혼다는 기초연구 결과를 토대로 고차원의 제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2차원의 오토바이ㆍ자동차, 3차원의 제트기, 4차원은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이름 '아시모')을만들었다. 현재 구상중인 미래의 기술은.

▶바이오 분야를 연구중이다. 특히 지놈연구는 상당히 진전됐다. 다만 이 연구성과를 어떻게 상품화로 연결시킬지 고민이다. 예를 들면 혼다연구소는 벼의 유전자를 모두 해독해 단기간에 많은 소출을 올릴 수 있는 우수품종을 개발해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지구의 환경보전에 도움이 되는 연구 결과물도 나왔으나 지금은 외부에발표할 단계가 아니다.

Q> 전세계 자동차메이커 중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는 곳은 도요타와 혼다뿐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앞으로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입시 연비를 더욱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비가 우수한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인기는 더욱치솟게 마련이다. 앞으로 해결할 과제는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지금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팔아도 제조업체에 돌아오는 이익이 거의 없다. 장래에 하이브리드 차량의 코스트가 낮아지면 하이브리드 차량이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본다.

Q> 혼다는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가 너무 많다. 이럴 경우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나.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 동안 혼다의 경험을 살펴보면 오토바이사업이 부진할 때는 자동차사업이 회사에 도움을 줬고 반대로 자동차사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오토바이 부문이 그룹을 먹여살렸다. 혼다는 특정 사업분야만을 고집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토바이에서 시작해 자동차→ 비즈니스 제트기→로봇 등으로 사업분야를 확장해나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혼다가 아무 사업에나 뛰어드는 건 아니다. 손을 대는 사업엔 공통점이 있다. 대중이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에만 초점을 맞춘다. 즉 대중 교통수단인 버스, 대형 비행기, 여객선 등은 다루지 않는다. 한마디로 혼다는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분야만을 추구해왔다.

Q> 현대자동차에 대한 평가는.

▶매우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 개발도상국 등지에서 판매대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세계에서 파는 자동차대수도 혼다와 비슷하다. 그렇다고 특별한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기술력이나 향후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Q> 현대자동차가 안고 있는 불안요인으로 노사갈등을 들 수 있는데, 혼다는 어떤지.

▶노조와 경영진은 좋은 의미에서 긴장감을 갖고 있다. 노동쟁의로까지 발전한 적은 거의 없지만 항상 양측이 만나면 긴장한다. 물론 그런 노조가 있으니까 종업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고 본다.

혼다의 경영진은 노조의 얘기를 '하늘의 목소리'로 듣는다. 노조도 회사의 경영상태를 고려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노사 모두가 일심동체요 운명공동체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

Q> 혼다의 자동차 부문에서 세계시장 공략전략은.

▶혼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장은 북미다. 북미시장에서 2개의 브랜드인 '혼다'와 '아큐라'의 가치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북미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80%가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생산뿐아니라 개발도 현지에서 독자적으로 이뤄진다.

Q> 중국과 유럽시장은 어떤가.

▶혼다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 인도, 브라질 등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주요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자동차 생산ㆍ판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내 생산능력이 2005년 27만대에서 2006년에는 53만대로 늘어난다. 같은 기간 판매도 26만대에서 35만대로 늘릴 목표를 세워놓았다. 유럽시장은 시간을 갖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 혼다 브랜드를 제대로 정착시켜놓지 않으면 미국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Q> 2006년도 세계자동차 판매시장 전망은.

▶미국과 일본은 이미 정점에 달했다고 본다. 판매가 더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어서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팔릴 것으로 본다. 중국과 아시아 각국에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Q> 많은 자동차 메이커가 규모의 경제(생산대수)를 중시한다. 그러나 혼다는 기술혁신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생산대수는 밖으로 드러난 피상적인 수치다. 기술력이 있어서 좋은 상품을 출시하고 제대로된 애프터서비스 네트워크를 만들면 자동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돼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된다.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단기간에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생산대수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리스크가 크다.

Q> 세계 곳곳에 공장이 많아 해외출장이 잦을 것 같다. 시간관리,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하는 편이다. 반드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한다. 걷거나 뛰거나 골프 등을 한다. 운동할 시간이 없을 때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할 때도있다.

Q> 오토바이를 비롯해 탈 것을 매우 좋아한다고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든 자동차를 꼽는다면.

▶자동차는 모두 좋아한다. 현재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차는 CR-V다. 현재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짐을 실을 수 있고 높은 산을 오를 때 적합하다. 일반 승용차보다 야외활동에 편리하다.

Q> 94년부터 98년까지 미국의 혼다 현지법인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미국식 경영과일본식 경영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일본식 경영의 장점은 한번 입사하면 같은 회사에서 정년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종업원은 안정감을 갖게 되며 회사에 대한 로열티(애사심)도 매우 높다. 기업 측면에서도 안심하고 인사관리를 할 수 있다.

미국식 경영은 단기적인 수치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조직전체에 긴장감이 높은 것은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식 경영은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이를 추진해 나가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본다.

◆후쿠이 사장은 = 1969년 와세다대 응용화학과 졸업 후 곧바로 혼다에 입사해 줄곧 혼다기술연구소에서 근무했다. 혼다는 역대 사장 5명이 모두 이공계 출신이자 기술연구소 사장을 지냈다.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와 함께 일해 본 마지막 현역 세대로 오토바이나 레이싱카(F1)를 몰고 시속 290㎞를 넘나드는 속도를 즐길 정도의 스피드광이다.2003년 6월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