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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 경찰차가 외제차네.."

길영(태민) 2006. 2. 6. 00:22
한ㆍ미 통상문제 해소 일환..순찰용 100대 도입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지난 설연휴 고속도로로 고향에 가던 이모(34)씨는 낯선 장면을 목격했다. 분명 경찰 순찰차인데 차종이 외제 승용차였던 것.

이씨는 "경찰을 사칭해 나쁜 일을 하려고 경찰차를 위장한 차라고 의심했다"며 같이 귀향하던 가족과 진위 여부를 놓고 한참 말씨름을 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씨가 본 외제 경찰차는 `진짜'가 맞다.

고속도로를 가다 유심히 살펴보면 종종 외제 순찰차를 볼 수 있다.

경찰이 외제차를 순찰차로 처음 쓴 건 최근 일이 아니다.

경찰청은 2002년 미국 포드사의 3천㏄급 토러스 모델 50대를 고속도로 순찰대에 배치했고 이듬해 같은 모델 50대를 추가로 들여와 현재 고속도로 순찰용으로 외제차 100대를 운영 중이다.

포드 승용차를 순찰차로 쓴 이유는 흔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고속으로 질주하는 과속차량을 쫓아가기에 국산차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경찰청이 외제차를 들여온 배경엔 한ㆍ미 간 자동차 부문의 교역 불균형 해소라는 의미가 있다.

2000년 기준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가 57만대인데 비해 미국에서 수입한 차량은 2천500대에 불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통상마찰 해소를 위해 국가기관인 경찰청에 미제 승용차 100대를 배정한 것.

경찰청 관계자는 5일 "국산차가 성능이 떨어져 외제차로 대체한 게 아니라 통상문제 때문이며 2003년을 끝으로 외제차를 더 들여오지 않았다"며 "외제차의 배기량 등을 고려해 고속도로 순찰용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경찰청에 "가짜 경찰차를 봤다"는 `신고'나 "국산도 좋은데 왜 굳이 외제차를 쓰느냐"는 항의가 가끔 들어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현재 각 지방청 소속 고속도로 순찰대가 보유한 순찰차량은 304대로 외제차 100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NF쏘나타, 매그너스 등 모두 국산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외제 스포츠카가 많아지면서 경찰이 세계적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의 최신모델을 순찰차로 쓰기로 했다'는 소문과 함께 관련 사진까지 떠돌았는데 이는 사실 무근이며 사진도 합성한 것이라고 경찰청은 밝혔다.

순찰용 말고도 서울경찰청엔 캐딜락 오픈카 4대와 벤츠 1대, 시보레 서버밴 등 외제차가 소수 있는데 이들은 방탄기능 등을 갖춘 특수차량으로 경호업무에 동원되며 외관상 경찰 소속이라는 것을 구분할 수 없다.

경찰은 고속도로 순찰이나 경호ㆍ의전용으로 쓰는 1천㏄급 이상 BMW할리 데이비슨 등 대형 외제 오토바이도 600대 정도 보유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형 오토바이는 그동안 국산이 없어서 외제를 사용했지만 최근 국산이 생산되기 시작해 시범운영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