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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항균필터, 무늬만 항균

길영(태민) 2006. 8. 17. 14:55

대부분 제품 세균 노출 심각

 


시중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용 항균 에어컨 필터의 항균 효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일부 제품은 곰팡이균이 필터 면적의 50%를 차지하는 등 무늬만 항균필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대표:임기상, 이하 10년타기연합)은 최근 시중에서 판매되는 6개사의 유명 차량용 에어컨 필터를 수거,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시험을 의뢰한 결과 6개 제품 중 1개만 항균효과가 있었을 뿐 나머지 제품의 항균효과는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10년타기연합은 일부 제품의 경우 항균 효과가 전혀 없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고 덧붙였다.

 


10년타기연합이 시험을 의뢰한 제품은 모두 6개로 현대모비스와 불스원, 보쉬, 두원, 은나노카필터, AC델코 등의 제품이다. 이번 시험은 곰팡이 저항성에 대한 대표적인 국제 시험 방법인 ISO 846 기준에 따른 진균성장시험(세균을 투여하지 않은 대기 중 개봉상태)과 정진균효과시험(도로상의 가혹조건의 세균 투여 상태) 방법으로 이뤄졌다. 10년타기연합측은 필터 시료를 4주 동안 곰팡이에 노출시켜 매주 곰팡이의 생성 여부를 관찰한 결과 1개사만 곰팡이 성장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4개사는 1주 후부터 곰팡이가 성장한 뒤 4주 후에는 시료 전면적의 50% 이상이 오염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1개사는 4주 후 전체 면적이 오염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모비스 제품은  두 시험 모두에서 결과치가 '0'으로 나타났다. '0'은 '육안 및 현미경으로 곰팡이 성장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10년타기연합측은 밝혔다. 그러나 불스원 제품은 진균성장시험에선 '0'으로 나타났지만 정진균효과시험에서 결과치가 '4'로 평가됐다. '4'는 '곰팡이가 잘 성장했으며, 시료 전면적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보쉬 제품은 항균효과가 현저히 떨어졌다. 불스원 제품과 마찬가지로 진균성장시험에선 '0'으로 나타났지만 정진균효과시험에선 결과치가 '5'로 나타났다. '5'는 '곰팡이 성장이 심하고, 시료 전체표면을 덮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10년타기연합측은 설명했다. 이외 두원과 은나노카필터, 그리고 AC델코 제품  또한 불스원과 마찬가지로 진균성장시험에선 '0'이었지만 정진균효과시험에선 모두 '4'로 나타나 실제 항균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10년타기운동연합 임기상 대표는 "항균효과가 떨어지는 제품 표면에 버젓이 '항균'이라고 표기해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라며 "자동차용 에어컨 항균 필터는 미세먼지와 각종 세균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가격도 다소 비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 자동차용 에어컨 필터의 항균성은 의무화를 해야 한다"며 "이번 시험에서 드러나듯 대부분의 운전자는 세균이 번식하는 불량 필터를 장착하고 운행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시험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은 보쉬는 시험 결과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쉬코리아 관계자는 "에어컨 필터의 1차적인 목적은 미세먼지의 여과 및 통풍 기능에 있다"며 "항균기능은 현재 국내 기준도 없을 뿐더러 보쉬의 경우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 회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