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만 쓴다는 그 비싼 DSLR을 이제는 너도나도 다 갖고 다니는 이 시대에, 나도 멋들어진 ‘디.에스.엘.알.’ 하나 장만하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상, 또는 너무 무거우니까, 또는 기계를 잘 못 다루는 기계치라 있어봐야 소용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아직도 똑딱이에 만족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에서 이제 디카는 한 가구에 하나 정도는 있는 TV와 같은 대중품이 되었는데..
언젠가 드라마에서 들었던 대사가 생각난다. “사진은 본인을 가장 예쁘게 봐주는 사람이 찍었을 때, 가장 잘 나온데~” 근거 없는 말이지만, 왠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렇게 사진기 보급률과는 다르게 사진 찍는 스킬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똑딱이로도 센스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동등한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기본적인 팁 10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나는 전문가도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사진 잘 찍기로 소문난 아마추어도 아니다. 그냥 찍고 싶은 것을 몇 가지 기본 틀 안에서 찍다 보니 주변사람들로부터 “너 사진 좀 찍는다~” 소리를 듣는 정도. 그들은 모를 것이다. 내가 어떤 일정한 룰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일. 인물은 중앙에 두지 마라!!
어디 경치 조~~은 곳 놀러 가서 사진 좀 찍어달라 하면, 열명 중 일곱, 여덟은 풍경 가운데 사람을 놓고 찍는다. 하지만 이런 사진은 매력이 없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만큼, 그들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고 측면에 두고 찍어라. 그래야 아름다운 배경도 살고, 사람이 그 위에 자연스럽게 포개져서 조금 더 센스 있는 사진이 된다.
▲ 친구가 DSLR로 찍은 사진 ▲같은 장소에서 내가 똑딱이로 찍어준 사진
어떤가? 물론, 친구의 C모 브랜드의 DSLR 사진의 선명도는 줘도 안 갖는 K모 브랜드의 내 똑딱이 보다 훨씬 훌륭하지만, 선명도가 좀 떨어지긴 해도 인물을 우측에 배치한 것이 좀 더 보기 좋지 않은가? ^^
이. 사람의 큰 마디가 아닌 곳이면 함부로 자르지 마라!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더니, 나를 발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친구.. 이럴 땐 정말 원망스럽다. 인체의 큰 관절이 있는 곳, 목, 팔꿈치관절, 허리, 무릎관절이 아닌 정강이에서 댕강~! 신체를 자른다던가, 어정쩡한 허벅지 중간에서 잘라 사진을 찍으면 섭섭한 사진이 된다. -_-;;;
▲어중간한 발목 윗부분에서 자른 사진 ▲허리에서 자른 사진
위의 사진은 친구가 발목 윗부분을 잘라버린 것(왼편)을 허리부분으로 수정한 것(오른편)이다.
어떤 사진이 보기에 더 좋은가?
삼.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잘라라!
관절이 아닌 어중간한 곳에서 자르지 말라더니, 이번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잘라라? 선뜻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다음의 사진을 보면서 느껴보길 바란다.
▲얼굴이 다 나온 모습 ▲머리 위쪽과 어깨라인 밑으로 잘라낸 모습
이 친구는 원래 왼쪽과 같이 생겼다.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모자 때문에 가뜩이나 긴 얼굴이 더욱 길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머리 윗부분을 날리고 찍었다. 어떤가? 왼쪽보다 인물이 좀 더 살지 않나?
사. 재미있는 표정을 포착하라!
특히, 여자들은 사진만 찍으려면 스마~일~! 이다. 너도 나도 다들 세상에서 가장 다소곳이 웃으며 ‘이쁜 척’을 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이런 표정의 사진들은 당신의 집에 널리고 널렸다. 이쁜 척한 사진은 가끔은 어설픈 미소로 인물을 망치기도 하고, 그때의 상황을 잘 살린 재미있는 표정의 사진만큼 오랫동안 추억의 한 장이 되기가 힘들다. 따라서, “사진 좀 찍어줘~” 하고 다소곳이 포즈 잡고 있을 때가 아닌, 자연스러운 그들의 모습을 주시하다 재미있는 표정을 재빨리 포착해 찍으면 비록 예쁘진 않지만, 오래 간직될 추억의 한 장이 된다.
▲즐거웠던 한때 활짝 웃는 모습 ▲자전거를 10시간 이상 타 무척 힘들어하는 모습
오. 컬러에 주목하라!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호감가는 사진들의 대부분은 컬러가 선명한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밋밋하고 칙칙한 색 보다 선명하고 산뜻한 색을 좋아하는 듯 하다. 사진 찍을 때 주변 환경이나 사람의 옷차림 등의 컬러에 주목해서 찍으면 훨씬 생동감 있는 사진이 된다.
▲호주, 몬트빌이라는 마을 벤치 ▲같은 마을 사탕공장
위의 사진은 같은 마을에 놀러 가서 한날 찍은 것이지만, 별 색감 없는 길거리 의자에 앉아 찍은 것보다 사탕공장 안의 알록달록한 사탕 사이에서 찍은 사진이 훨씬 활력이 넘쳐 보인다.
육. 사진에 스토리를 넣어라!
그냥 막 찍은 사진이라도 딱 떨어지게 맞는 감성적 스토리가 부여된다면 새로운 사진으로 탄생한다.
▲”열, 한 조각 하늘” ▲자꾸만 문으로 시선이 갑니다. 혹시 그 사람 올까…
때로는 아무 의미 없는 사진 한 장이 감성적인 스토리로 사연 있는 사진이 되기도 하고, 멀쩡한 하늘에 전기 줄을 의식해 의미를 부여하면 그냥 하늘이 다른 하늘이 되기도 한다.
칠. 풍경사진은 한가지 테마를 갖고 찍어라!
경치 좋은 곳에 놀러 갔다가 남들 다 찍는 산 한번 찍고, 유명한 폭포라고 해서 폭포 한번 찍고,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찍은 풍경사진은 나중에 보면 별로 흥미롭지 못하다. 하지만 풍경사진을 찍을 때 사소하더라도 한가지 테마를 가지고 찍으면, 흔한 풍경사진이 조금은 달라 보일 수 있다.
▲'아침햇살'이라는 테마를 갖고 찍은 사진 ▲'저녁놀'이라는 테마를 갖고 찍은 사진
두 풍경사진 모두 화질 떨어지기로 유명한 나의 똑딱이로 찍은 사진이다. 바다나 산을 그저 아무런 감흥도 없이 찍었을 때보다 사소한 주제를 하나씩 잡아서 찍다 보니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팔. 원근감을 살려줄 사물을 정해, 거기에 빗대어 찍어라!
그냥 먼산을 찍거나, 오솔길을 찍거나 하면 이것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인지 실감이 안 날 때가 많다. 이럴 때, 주변에서 원근감을 살려줄 물체를 하나 정하고, 그 물체에 빗대어 풍경을 찍으면 훨씬 세련된 사진이 된다.
▲오솔길 바닥에 빗대어 찍은 사진 , 오솔길 난간에 빗대어 찍은 사진 , 초점 없는 같은 오솔길
원근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오른쪽 사진보다 원근감을 최대한 살려준 왼쪽의 두 사진이 훨씬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가?
구. 뻣뻣이 서서 찍지 말고, 앉아서 or 누워서 찍어보라!
성의 없이 찍는 한 장 보다 각도를 달리해가며 앉아서도 찍어보고, 땅바닥에 사진기를 거의 붙여가며 찍으면 훨씬 감각적인 사진이 나올 때가 많다.
▲땅에 사진기를 붙이고 찍은 사진 ▲그냥 서서 찍은 사진
우측에 그냥 서서 찍은 사진은 너무 흔한 각도여서 별 감흥이 없지만, 같은 배경을 두고 사진기를 낮춰서 찍은 왼쪽 사진은 군데군데 흩어진 낙엽이 살아있어 좀 더 생동감 있게 가을을 표현하고 있다.
십. 많이 찍어봐라!
셔터를 반쯤 누르고 피사체(찍으려는 사물 또는 인물)에 초점이 맞으면 셔터를 완전히 눌러 찍는다. 이 정도의 상식은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찰나에, 어떤 각도로, 어느 범위까지 찍어야 하는지는 많이 찍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마치 영어를 많이 연습 한 사람이 스피킹을 잘 하듯, 사진을 찍는 것도 습관처럼 몸에 베어있을 때, 감각적으로 잘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유명한 사진작가 조선희는 “사진 찍는데, 룰은 없다.”라고 말한다. 그저 많이 찍어본 사람이 사진에 익숙해 지고, 많이 찍다 보면 본인만의 개성이 가미된 멋스러운 사진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녀는 전문 포토그래퍼이지만, ‘똑딱이 예찬론자’라고 본인을 소개한다. DSLR은 너무 크고, 무겁고, 삼각대며 렌즈며 챙길 것이 너무 많아서 때로는 짐스럽게 느껴진다고.
내가 찍은 사진이 별로 흥미롭지 않고, 멋져 보이지 않는 것은 결코 당신의 사진기가 똑딱이여서가 아닐 것이다. 당신이 얼마나 호기심을 갖고 셔터를 누르냐에 사진의 명암이 결정될 것이다.
앞으로 사진을 찍을 때, 앞에 말한 10가지 팁들을 떠올리며 찍어보아라. 조선희가 말했듯, 사진 찍는데 정해진 룰은 없지만 왕 초보인 사람들에게는 앞에 열거한 팁들이 유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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